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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홍월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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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월루 두번째 시작합니다.
홍월루 첫번째 물론, 세 네번인가 밖에 지지 않았다는 시녀의 말을 듣었다면 이라스터는 황당해했을 것이다. 열 번이나 넘게 지고 있었으니까. 엉덩이에 전해지는 말이 주던 것이 아닌 시트의 흔들림이 이상했다. 젊은 견습기사는 마차에 몸을 실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졸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해의 겨울은 다가오는 새해의 시작이 가까워 오는 시기였고, 마상 시합으로 견습기사들의 훈련도와 진급을 결정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그 시합의 4주전에 제국군 견습기사 훈련 담당인 서 브라하는 자신의 훈련생들을 모두 휴가를 주어 각자의 집에서 보내도록 했다. 말하자면 엉덩이를 걷어차 버린 것이다. 연말에 뜻 깊은 제국건국일을 가족과 함께 축하하고, 일년 동안 수 회 밖에 얼굴을 비치지 않은 불효자들에게 집으로 돌아가 격무에 시달리고 계실 부모들을 도우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내면에는 초조해진 마음에 시험 전에 몸이 상하거나, 4주 정도 휴식기간을 주었을 때 어느 정도 해이해 지는지에 대하여 시험 해보겠다는 이중삼중의 뜻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라스터가 탄 마차는 천천히 흔들리면서 겨울의 따스한 햇빛 속을 달려 나갔다. 아마 모레쯤에는 고향근처엔 도달하겠지. 자르고, 치고, 돈다. 막아서 찌르고 뒤로 빠져서 회수한다. 펠테그라트 성에 돌아온 후에도 그의 일과는 변함이 별로 없었다. 영지가 크지 않다보니, 아버지는 아들이 돌아와서 거들 것도 없이 세금 등의 연말 정산을 거의 끝내버려서 도울 것이 없었고, 어머니가 하시는 일이야 아들인 그가 도울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성에서 근무하는 경비대 몇 명에게 부탁을 해서 가벼운 대련을 하고 그 외엔 소소한 공부와 취미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라스터는 대련하는 내내, 혹시 자기가 뽐내는 기분으로 경비대원들을 괴롭히거나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했지만, 경비대의 나이가 있는 대원들은 그와 함께 그를 보며 자라온 이 영지의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경비대원들은 넘치는 경험과 이라스터에 대한 호감으로 그와의 대련을 즐겁게 맞이했다. 물론 대련이 끝나고 나서 이라스터가 차나 맥주를 가볍게 대접하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두 명과 대련을 시작했다. 그가 어릴 적부터 형이나 삼촌처럼 대하던 경비대원들이었다. 한 명은 롱소드 길이의 목검, 한 명은 날이 나무로 만들어진 할버드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다섯 명의 경비대원들과 얽혀 춤을 추고 있었다. 이라스터의 질긴 근육은 난전에서 더욱 힘을 발했다. 탄력 있게 튕겨가며 사이사이를 파고들어 잔 타격을 하나하나 늘여가는 견습기사는 훌륭했다. 하지만, 땀으로 찬 바닥에 발이 미끄러져 할버드의 창대에 걸려 넘어지기 전까지의 얘기일 뿐이다. “여기까지!” “끄응...... 아직은 역시 다섯 명은 무리인가...” 이라스터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한 시간이 넘도록 휘두른 팔보다 엉덩방아 찧은 엉덩이가 더 아픈 생각이 들었다. 뭐 연습용의 갑옷을 입고 뛰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경비대원들이 손을 내밀었다. “아냐, 아냐, 정말 대단했어. 우리는 갑옷 구석조차 건드리지 못했는걸.” “도련님의 적응 속도는 정말 놀라운데요. 일주일 만에 일 대 다수전에 이정도로 적응하다니.” “뭐, 엘리트 교습이란 걸 받고도 이 정도인 걸요. 어쨋든 오늘도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오늘 맥주 한잔씩 돌리지요.” 가벼운 함성과 함께 경비대원들의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최근 들어 마음껏 땀 흘리고 술 마시는 이 재미에 최근 펠테그라트 령의 경비대원들이 비번 때에도 차례를 돌아가며 성을 찾고 있었다. 성을 나서던 중에 경비대원 중 하나가씨익 웃으며 이라스터에게 말을 붙였다. “그나저나 견습기사들은 정말 대단하군요. 도련님. 도련님 정도 실력이라면 이번 기사 승급은 식은 죽 먹기겠는데요.” 그러나 이라스터는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아이구, 어림도 없어요. 카터. 카터보다도 더 덩치 큰 녀석도 있다구요. 그레이트 투핸드소드를 원핸드소드처럼 휘두르는 녀석인걸요. 그나저나, 제 말은 언제 들을 거예요?” “예?” “그냥 어릴 때처럼 이라스터로 부르라니까요.” 그 말을 하는 이라스터의 표정은 개구쟁이의 표정이 남아있는 평범한 청년의 그것이었다. 구김없는 그 미소에 지저분한 꼴, 힘든 꼴 다 보고 살아온 경비대원들의 얼굴도 주름살을 잃었다. 오늘도 따스한 펍은 계급을 잊은 사나이들에게 시원한 맥주를 내어줄 것이다. 그렇게 젊은 견습기사에게 주어진 4주간의 휴가는 지나가고 있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몸조심 하거라.” 늘상 있는 자식과 부모의 헤어짐의 말. 그러나 어떤 부자지간에도 자주 하고 싶지는 않은 인사가 오가고 있었다. 모친의 눈물 섞인 목소리에 밝은 말투로 화답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펠테그라트의 잔주름이 패인 눈이 가볍게 웃으며 아직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라스터야.” “예, 아버지.” “너무 무리하지는 말거라. 네가 기사가 되지 않는다 해도, 너는 내 성을 이어 펠테그라트가 될 남자다. 그러니, 무리해서 이기고 지쳐버릴 바에는 확실히 돌아와 펠테그라트를 이어라.” “하지만.... 이기면 더 좋겠지요?” “당연한 소릴! 그리고 돌아올 때는 수도에서 치통약 좀 사오너라.” 펠테그라트의 영주는 마치 시장갔다 온다는 아들에게 말하듯 잠시 동안의 이별을 말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기사가 되거나, 혹은 되지 않는다 해도 빨라야 한달 정도 이후에나 볼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이라스터가 말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펠테그라트는 아들이 자신의 성을 받을 때가 거의 다 되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리고 그때를 기쁘게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달리는 한 청년의 뒤에 남겨진 고향에 햇살이 떨어졌다. 그리고 어제 8대 1의 다수전에서 8인을 전부 제압한 기록이 남게 된 수련실에도 빛은 똑같이 떨어졌다. 연호의 년도에 한해가 더 붙게 되기까지 앞으로 6일. 제국의 전역은 모두가 공사다망하면서도 큰 비극 없이 무사히 한해가 지나갔다는 사실에 안도와 다가올 신년의 희망을 안고 살짝 들떠 있었다. 그리고 견습기사 합숙소에서는 겨울이 무색할 열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앞으로의 6일. 2일간의 예선, 4일간의 본선으로 80여명의 견습기사 중, 12명 만이 기사의 작위를 받는다. 2일간은 마상전 즉, 토너먼트로 예선을 가리며 3일간의 서바이벌을 마친 후, 나머지 하루 동안 배틀로얄 방식의 검격전-물론 날은 죽인 칼이지만 맞으면 다치고 위험한 것임엔 틀림없는-을 통하여 12명을 선발한다. 물론 12명이 되지 않을때도 있지만, 결번 멤버가 생긴다고 해서 마지막까지 서있지 못한 자를 기사로 선발하지는 않는다. 다만, 결번 멤버가 생긴 기수의 기사들은 ‘약골들 중에서 선발된 녀석들’이라는 평을 듣게 되기 때문에 서바이벌 등에서 서로 비겁한 짓을 하면서까지 기사가 되려는 비겁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여간 숙소에 집합한 견습기사들의 흥분은 마치 그 기세만으로도 숙소의 지붕을 날려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사드. 너는 예상 외로 꽤나 침착하다?” 귀족이지만 통치지역을 갖지 않는 무장가문-그 탓에 이름에 de, 혹은 von이 들어가지 않는 사이드 가문의 아이드가 고개를 돌렸다. 본디 큰 눈인 듯 좌우로 긴 눈을 거의 감다시피 한 ‘여우눈 체로키’가 여전히 싱글싱글 웃는 표정으로 거기 서 있었다. “무슨 말을... 이래뵈도 꽤나 흥분해 있는 중인걸. 너야말로 평상시랑 다른게 없잖아? 그나저나 그 애칭은 제발 집어치우라고...... 아이드 사이드라니 부모님도 참 이런 장난 같은 이름을 지어주시다니.” 평온한 얼굴로 가볍게 투덜거리는 그를 보고 있자면 정말로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 같지만, 그도 난데없는 이름 탓에 부모 불평이라니 흥분해 있기는 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체로키 폰 대링부츠는 생각했다. 아이드와 비슷할 정도의 장신이지만 호리호리한 그는 탄력을 중시한 옥강으로 만든 긴 레이피어와 가슴받이 만을 가지고 검격전에 임하는 스피드&리치 타입이었다. 비쩍 마른 사람은 신경질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체로키는 그런 선입견이 무색하도록 유들유들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드의 아름을 섞어서 아사드라는 애칭을 지어준 것도 그였다. 하지만 그 역시 거구의 청년에 못지않게 겉으로만 드러내고 있지 못할 뿐, 강한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흥분을 밖으로 드러내는 대신 자신의 내부로 잠겨들어간 아이드를 내버려두고 체로키는 눈을 돌렸다. 태평한 놈이 하나 더 있다. “어이 곡예사 양반. 집에서 차 안 주던가?” “으, 으응? 여우눈?” 아이드와의 결전에서 칼을 버리고 다시 칼을 잡아 아이드에게 들이댄 이후로 동기들이 이라스터를 부를 때 종종 쓰이고는 하던 별명이다. 지금 이라스터가 멍하니 찻잔을 들이키는 걸 보고 체로키가 다가와서 말을 건 것이다. “에이, 나도 물론 신경 쓰이지. 아니, 정확하게는 머릿속에 그 생각 밖에 없어. 차 마시면서 계속 그 생각 뿐이라구. 체로키도 여기저기 말 걸고 돌아다니는거 보니까 보기보다 흥분한 모양이네?” “뭐어, 그렇지. 어쨌든 내일이니까 한번 잘들 해보자구.” “그래 결번 없이 체로키도 기사가 될 수 있으면 좋겠군.” “자식. 너나 잘하라구. 특히 마지막 배틀로얄은 올해 마지막 날에 끝나니까. 그때 서있을 수 없다면 새해를 꽤나 슬픈 기분으로 맞아야 할거야.” “그런 일은 피차 겪지 말자구. 그럼 나는 마저 차나 마실게. 자네도 자네 심경 정리 좀 하라구.” 긴 장대 같은 모습의 견습기사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생각에 잠겨서 차나 홀짝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까지 지켜보면서 분석할 여유마저 있었다는 말인가? 팔이 부러진 상태에서 묘기를 부리더니 아예 철저한 계산까지 하고 있다니 이번 기사 선발에 이라스터는 꼭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어찌되었건, 이렇게 식당에 모여앉아서 흥분으로 밤을 새워봐야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체력 부족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렇게 판단하고 체로키는 자신의 방-이제 6일 뒤면 기사가 되건 못 되건 더 이상 자기 방이라고는 부를 수 없을 방으로 돌아가서 자기로 했다. 금성의 달, 24일. 왕성 에리시움. 그 뜰이라 부르기 무안할 정도의 광대한 넓이에 갖춰진 마상시합장. 황제의 목소리가 마지막 연설을 하고 있었다. “....하매, 무릇 병력이 없는 나라는 부유하다 할지라도 등 없이 내놓은 촛불과도 같다. 지금의 문명을 이루고 있는 병력은 검과 마법과 농민들이 일구어낸 군량이다. 하나, 마법은 강한 위력을 가지나 배울 수 있어 수준 높은 경지에 오르는 자 드물고, 소중한 식량을 일구고 나라가 위급할 때마다 짐과 나라를 위해 분연히 일어서는 저 백성들은 자신의 일이 있기에 언제나 나라를 지킬 수는 없다. 하야, 늘 상주하며 나라의 안팎을 지키는 병사들이 있어, 짐도, 귀족도, 그리고 평민들도 모두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공성병기처럼, 강력한 마법사의 마법처럼 전세를 바꿀 힘을 가진 검의 대표, 기사들이 있다. 그리고 오늘은 짐의 새로운 검이 탄생하는 날이다. 여기 모인 82명의 견습기사들이여, 그대들이 그동안 배워온 검을 짐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그대들의 의지가 얼마나 메질이 잘 되어 있는지, 그대들의 충성이 얼마나 잘 담금질 되어 있는지, 오늘 그대들이 짐에게 보여주길 바라노라!” “황제 만세! 황제 만세!” “제국이여 영원하라!” 사방에서 귀족 만이 아닌 수도 시민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기사승격시합이 벌어지는 연말 6일 중, 이날과 최종일만큼은 일년에 두 번 유일하게 왕성 에리시움의 앞뜰이 개방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일반 시민들의 즐거움과는 관계없이 견습기사들이 가진 82개의 심장은 크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 본문에서 성을 물려 받는다는 것은 바로 성씨를 물려 받는다는 뜻입니다. 출생신고시에는 물론 이라스터도 이라스터 데 펠테그라트로 되어있습니다만, 성년식이나 작위를 받기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이라스터라고 이름으로만 불리는 것이 풍습입니다.(작위와 나이 중 어떤 것을 계기로 성씨를 물려주어 성인-하나의 독립된 지적개체로 인정하는가에 대해서는 대개 그 지역의 풍습 혹은 가풍에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씨를 물려줄 때는 대개의 경우 성을 물려준 이후 부모가 수개월에서 수년의 유예를 둔 이후에 영지의 통치 등에서 손을 떼고 은퇴를 하는 것이 관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려준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姓과 성城을 거의 동일하게 본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세계에도 몬스터가 있고 마법사는 있습니다만, 마법사의 수가 굉장히 적습니다. 법률, 기계, 경제 등의 발전으로 굳이 마법을 통해서 신분 상승을 꾀하지 않아도 될 뿐더러, 마법사의 적성자체가 굉장히 적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법에 의해 한층 더 발전한 과학이 이루어낸 기계문명이 반드시 필요한 마법의 일부 영역을 접수했기 때문이죠. 자기가 키운 기계문명에 정작 거기 큰 공헌을 한 마법이 밀리기 시작하는 추세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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